[PeopleValue Inside] 10월호
HR 사업계획, 컨설턴트는 어떤 순서로 함께 세우는가?

HR 사업계획, 컨설턴트는 어떤 순서로 함께 세우는가?
현장에서 자주 듣는 고민

계획은 과제 목록이 아니라 ‘현안 한 문장’에서 시작한다
이달의 Scooping Insight는 HR 사업계획이 경영목표와 조직의 핵심 현안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막히는 지점은 바로 그 다음입니다. 즉 그 현안을 누가, 어떻게 정의하느냐 입니다. Gartner가 2026년 7월 CHRO 297명을 조사한 결과, AI 에이전트가 한 일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 경영진의 의견이 일치한다는 응답은 24%에 그쳤습니다. 새로운 주제일수록 경영진 사이에서도 생각이 갈린다는 뜻입니다.
다른 주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두고 CEO는 의사결정 속도를, 사업부장은 회의와 보고 부담을, 팀장은 인력 부족을 떠올립니다. 현안에 대한 합의 없이 과제부터 나열하면, 각자가 떠올린 문제에 맞춘 과제가 모두 계획서에 들어갑니다. 계획서가 두꺼워지는 첫 번째 이유는 과제가 많아서가 아니라 문제의 정의가 여러 방향으로 분산되기 때문입니다.
💡 현안은 인터뷰로 모으고, 한 장으로 합의한다
사람마다 문제를 다르게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불편을 문제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HR이 할 일은 여러 목소리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목소리를 모아 ‘우리 조직이 내년에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로 좁히는 것입니다. 이 작업은 HR 내부 회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계획을 실행할 현업과 계획을 승인할 경영진이 처음부터 같은 문장을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피플밸류그룹은 사업계획 컨설팅을 과제 검토가 아니라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경영진과 현업 팀장 가운데 몇 명을 선정해 세 가지를 묻습니다. ‘내년에 우리 조직이 목표를 놓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 사람이나 조직 문제 때문에 막혀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HR이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일은 무엇입니까?’ 인터뷰 내용은 퇴직률, 조직 진단 결과, 교육 이수 현황 같은 기존 데이터와 나란히 놓고 정리합니다. 결과물은 A4 한 장짜리 ‘내년 HR 현안 정리표’입니다. 현안은 세 개를 넘기지 않고, 현안마다 ‘누가 이렇게 말했는지’와 ‘어떤 데이터가 뒷받침하는지’를 함께 적습니다. 이 한 장을 경영진 회의에서 먼저 합의한 뒤에 과제 논의로 넘어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인터뷰가 부담스러운 규모라면 팀장 대상의 짧은 설문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새 과제를 더하기 전에, 멈출 과제부터 정한다
McKinsey의 Hall, Lovallo, Musters(2012)는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 1,600여 곳이 1990~2005년 동안 투자 예산을 사업부별로 어떻게 나눴는지 분석했습니다. 사업부가 한 해에 받은 자본은 전년도와 거의 같았습니다(전 산업 평균 상관계수 0.92). 예산은 전략보다 작년 배분을 따라 움직였던 것입니다. 연구진은 전체 투자 예산 중 해마다 같은 몫으로 묶여 있지 않고 다른 사업부에 다시 나눠 준 비율을 ‘재배분율’로 측정했습니다. 재배분율이 높은 상위 3분의 1 기업은 15년간 평균 56%를 다시 나눴고, 장기 주주수익률도 하위 3분의 1 기업보다 연평균 약 30% 높았습니다. 분명한 것은 자원을 작년처럼 나누는 조직과 현안에 맞게 다시 나누는 조직의 차이가 성과에서도 드러난 것입니다.
HR도 다르지 않습니다. Gartner(2026)는 CHRO들이 꼽은 2027년 우선과제 가운데 하나로, 낡은 일하는 방식을 꾸준히 내려놓고 새 방식으로 바꾸는 일을 제시했습니다. 기존 과제를 그대로 둔 채 새 과제를 얹으면 예산과 인력은 잘게 나뉘고, 정작 앞에서 합의한 현안에 집중할 여력은 줄어듭니다.
💡 멈추는 일은 마음먹기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로 만든다
기존 과제를 멈추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미 들인 시간과 예산이 아깝고, 그 과제를 처음 만든 사람이 같은 회의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만하자’는 말이 누군가의 지난 성과를 깎는 말처럼 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단 여부를 사람의 결단에 맡기면 대부분의 과제가 살아남습니다.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모든 과제가 똑같이 거치는 절차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세 가지 방법으로 바꾸기를 제안합니다. 첫째, 모든 기존 과제에 두 가지 질문을 적은 ‘기존 과제 점검표’를 붙입니다. ‘이 과제가 내년에 없다면 무엇이 나빠지는가’, ‘올해 이 과제로 실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두 칸을 구체적으로 채우지 못한 과제는 축소나 통합 후보로 올립니다. 둘째, 점검표 검토는 그 과제를 맡아 온 담당자가 아니라 다른 팀원이나 리더가 맡습니다. 만든 사람과 평가하는 사람을 나누면 회의 분위기부터 달라집니다. 셋째, ‘새 과제 하나를 넣으면 기존 과제 하나를 뺀다’는 원칙을 사업계획 지침에 적어 둡니다. 이 방식은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복리후생 제도, 정기 조사, 각종 위원회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HR 활동 전반에 쓸 수 있습니다. 사업계획 양식에 ‘내년에 멈추는 과제’ 칸을 필수로 두면, 멈추는 일은 예외가 아니라 매년 거치는 단계가 됩니다.
계획은 1월에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분기마다 다시 결정된다
과제마다 지표와 점검 시점을 정해두는 조직은 많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점검 시점이 와도 결과 보고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말에 ‘몇 회 운영했다’는 숫자만 남는 것은 지표가 없어서라기보다, 지표를 보고 무엇을 결정할지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Gartner(2026)도 CHRO이 꼽은 2027년 우선과제의 첫머리에, HR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빠르게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과제를 두었습니다. 1년짜리 계획을 연말에 한 번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 점검 회의는 보고가 아니라 결정을 위한 자리로 만든다
“분기 점검은 하는데, 결과 보고하면 달라지는 게 없어요.” 저희 피플밸류그룹이 고객사 HR팀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고민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업계획 점검때 과제별로 ‘중간 점검 기준표’를 함께 만듭니다. 예를 들어 리더가 실제 피드백을 하게 하는 과제라면 ‘2분기 말 구성원 설문에서 피드백을 받는다는 응답이 늘지 않으면 → 교육 방식을 00로 바꾼다’, ‘3분기 말에도 변화가 없으면 → 획기적으로 다른 과제로 수립한다’처럼 조건과 조치를 한 줄씩 짝지어 적습니다. 물론 시간이 분기를 넘어 더 필요한 것들도 많고 바로 바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매번 맞지는 않아 이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합니다. 분기마다 점검 회의를 열되, 모든 과제를 차례로 보고하지 않고 기준에 걸린 과제를 계속할지, 바꿀지, 멈출지를 정합니다. 특히 AI 활용 교육처럼 효과를 미리 알기 어려운 새 과제일수록 이 구조가 쓸모 있습니다. 나아가 HR팀의 평가에서도 ‘계획을 얼마나 이행했는가’뿐 아니라 ‘제때 바꿨는가’를 함께 보기를 제안드립니다.
맺으며
현안을 한 장으로 합의하고, 멈출 과제부터 정하고, 분기마다 다시 결정하는 것. 세 단계는 따로 쓰는 도구가 아니라, 사업계획을 연초에 한 번 확정하는 문서에서 1년 내내 함께 고쳐 가는 약속으로 바꾸는 하나의 흐름이며 애자일한 수행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우리의 2027년 사업계획서에 “새로 들어간 과제는 왜 들어갔으며, 빠진 과제는 얼만큼입니까?”
참고 자료
1. Hall, S., Lovallo, D., & Musters, R. (2012, March 1). How to put your money where your strategy is. McKinsey Quarterly.
2. Gartner. (2026, October 6). Gartner Says CHROs’ Top Priorities for 2027 Focus on Meeting CEOs’ Expectations While Minimizing Organizational Risk [Press release].
🥄 오늘의 스쿠퍼: 피플밸류그룹 김문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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